손끝 힘이 왜 중요할까요? 가장 단단한 퍼티를 샀다가 배운 것
감각통합 수업 선생님이 하신 한마디 — 그리고 집안을 엉망으로 만든 검정 퍼티
단단랩
2026. 10. 13

Executive Summary (요약)
감각통합 수업에서 들은 말은 짧았습니다. "손끝의 힘이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하다." 권해주신 것은 클라이밍과 아주 단단한 퍼티였어요. 저는 가장 단단한 등급인 검정색을 주문했는데, 아이는 그걸 주무르는 대신 뜯고 늘어뜨려서 청소만 한참 했습니다. 그 실패에서 배운 건 두 가지예요. 난이도를 아이에게 맞춰야 한다는 것, 그리고 손끝 힘은 훈련보다 놀이로 붙는다는 것.
① 선생님이 하신 한마디
지난 편에서 적었듯, 구름이는 검사 결과가 '정상의 경계'였고 그래서 감각통합 수업을 받게 됐습니다.
수업에서 들은 말 중에 가장 오래 남은 건 이거였어요.
"손끝의 힘이 아이들에게 아주 중요해요."
솔직히 그때는 잘 와닿지 않았습니다. 손끝 힘이라니, 그게 산만한 것과 무슨 상관인가 싶었죠.
선생님이 권해주신 것은 두 가지였어요. 클라이밍, 그리고 손으로 주무르는 아주 딱딱한 클레이. 테라퓨티라는 이름을 들었던 것 같습니다.

② 손끝 힘은 생각보다 많은 일에 들어갑니다
집에 와서 찾아보고 나서야 이해가 갔어요. 작업치료가 다루는 영역 자체에 그게 들어 있었습니다.
💡 작업치료는 '손 기능'을 따로 봅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소아 작업치료의 내용으로 일상생활동작 기능 향상과 함께 상지·손 기능 훈련을 통한 소근육 발달 유도를 안내합니다. 서울아산병원도 소아 재활에서 작업치료가 감각·운동 기능, 지각·인지, 자조활동(스스로 먹고 입는 일)을 함께 다룬다고 설명해요.
즉 손 쓰는 힘은 '글씨를 잘 쓰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스스로 먹고 입고 챙기는 일 전체에 걸쳐 있는 기능으로 다뤄집니다.
근거: 서울대학교병원 — 소아 작업치료 → · 서울아산병원 — 소아재활치료 →
그렇게 보고 나니 하루가 다르게 보였습니다. 손끝 힘과 조절이 들어가는 일이 이렇게 많았어요.
- 지퍼를 끝까지 올리는 일 — 아래 고리를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으로 당겨야 합니다
- 단추를 채우는 일 — 엄지와 검지로 잡고 반대편에서 밀어야 하죠
- 가위질 — 벌리는 힘과 다무는 힘이 번갈아 필요합니다
- 젓가락 — 두 짝을 따로 움직이면서 힘은 일정해야 해요
- 연필 — 너무 세게 누르면 심이 부러지고, 너무 약하면 안 보입니다
- 우유팩·요구르트 뚜껑 — 쥐는 힘을 조절하지 못하면 터집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힘이 세다/약하다가 아니라 '조절'이라는 점이에요. 문을 쾅 닫아놓고 살살 닫았다고 말하는 아이는, 힘이 센 게 아니라 자기가 얼마나 힘을 줬는지 잘 모르는 쪽에 가깝습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장면으로 풀어볼게요.
③ 가장 단단한 걸 샀습니다 (실패담)
선생님 말씀을 듣고 저는 바로 검색했어요. 그리고 가장 단단한 등급을 주문했습니다.
💡 퍼티는 색으로 강도가 나뉩니다
재활용 퍼티는 보통 색으로 저항 강도를 표시합니다. 제조사 안내 기준으로 살구(가장 부드러움) → 노랑 → 빨강 → 초록(보통) → 파랑(단단함) → 검정(가장 단단함) 순이에요. 재활 현장에서는 부드러운 것부터 시작해 단계적으로 올리는 방식으로 씁니다.
근거: TheraPutty 제조사 사용 안내(색상별 저항 강도) →
제가 산 건 검정색이었습니다. 목록의 맨 끝, 가장 단단한 것.
결과는 이랬어요. 아이는 그걸 주무르지 않았습니다. 대신 뜯고, 늘어뜨리고, 여기저기 붙였어요. 저는 한참 동안 청소를 했습니다.
지금 돌아보면 당연한 일이었어요. 여덟 살 아이에게 가장 단단한 등급은 너무 어려웠던 겁니다. 재활에서 부드러운 것부터 올려가는 데는 이유가 있었던 거죠. 주물러지지 않으니 아이는 주무르기를 포기하고, 자기가 할 수 있는 놀이(뜯기)로 바꾼 것뿐이었습니다.
"열심히 하는 게 좋은 것"이라는 제 습관이 또 나왔던 것 같아요. 이 이야기는 엄마의 욕심을 내려놓기에서도 한 번 적었는데, 여기서도 똑같은 실수를 했습니다.

④ 그래서 지금은 이렇게 합니다
① 단단함보다 '재미'를 먼저 봅니다. 아이가 손에 계속 쥐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 도구예요. 찰흙이든, 슬라임이든, 빨래집게든요.
② 훈련이 아니라 놀이로. "이거 10분 주물러"는 안 합니다. 대신 놀이 안에 손이 들어가게 둡니다. 클라이밍은 그 점에서 좋았어요. 손끝으로 매달리는 일을 아이는 운동이라고 생각하지, 치료라고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③ 집에 있는 것부터. 빨래집게로 집기, 콩 옮기기, 병뚜껑 돌리기, 스티커 떼기, 종이 찢기. 다 손끝을 씁니다. 구체적인 것들은 이 시리즈 마지막 편에 모아 적을게요.
④ 못하는 걸 지적하지 않습니다. 지퍼가 오래 걸리면 기다립니다. 여기서 "왜 그것도 못해"가 나오면, 손끝 힘보다 훨씬 중요한 걸 잃습니다.
아이가 어제는 못 했는데 오늘 해낸 것들 — 지퍼를 혼자 올린 날 같은 것 — 은 정말 금방 잊어버려요. 저는 그런 걸 단단 스토리에 한 줄씩 남깁니다.
📌 「감각통합 수업이 뭐예요?」 4부작
① 감각통합 수업이 뭐예요?
② 손끝 힘이 왜 중요할까 ← 지금 글
③ 감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일상은 어떻게 달라질까 (10/16 공개)
④ 집에서 해볼 수 있는 것, 언제 전문가를 찾을까 (10/20 공개)
본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정보 공유이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특정 제품을 권하는 글이 아니며, 어떤 도구가 아이에게 맞는지는 아이마다 다릅니다. 아이의 발달이 걱정된다면 소아청소년과·재활의학과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 참고자료 · 함께 보면 좋은 자료
자주 묻는 질문 (Q&A)
Q. 손끝 힘은 어떻게 기르나요?
A. 병원 안내로는 작업치료에서 상지·손 기능 훈련을 통해 소근육 발달을 돕는다고 나와 있어요. 집에서는 훈련보다 손을 많이 쓰는 놀이가 현실적이었습니다. 저희는 클라이밍과 찰흙류를 쓰고 있고, 빨래집게·병뚜껑 같은 집에 있는 것도 씁니다. 다만 아이에게 필요한 활동은 다르니 수업을 받고 계시다면 선생님께 물어보시는 편이 정확해요.
Q. 퍼티는 어떤 색을 사야 하나요?
A. 제조사 기준으로 살구가 가장 부드럽고 검정이 가장 단단합니다. 저는 처음부터 검정을 샀다가 아이가 주무르지 못해 뜯기만 했어요. 재활에서는 부드러운 것부터 단계적으로 올립니다. 아이가 실제로 주물러지는 강도가 맞는 강도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Q. 손끝 힘이 약하면 글씨를 못 쓰나요?
A. 손 기능은 작업치료가 다루는 영역이지만, 글씨 문제의 원인은 힘 말고도 여러 가지(자세, 시지각, 연습량, 발달 시기)가 있습니다. 그래서 "손끝 힘=글씨"로 단정하지 않는 편이 좋아요. 쓰기가 유난히 힘들어 보인다면 담임 선생님이나 전문가와 상담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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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통합 수업에서 손끝의 힘이 아이에게 아주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클라이밍과 아주 단단한 퍼티를 권해주셨고, 저는 가장 단단한 검정색을 주문했어요. 결과는 절반의 실패였습니다. 그 실패에서 배운 것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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